기업교육담당자라고 하면 취업준비생이나 평범한 직장인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멋져 보이고 편해 보이는 직업입니다. 저는 기업교육 컨설팅회사에서 일하다가 운 좋게 대기업 교육담당자로서도 일해봤지만 크게 추천하고 싶은 직업은 아닙니다.
그래서 기업교육담당자를 준비하고 계시거나 혹은 환상을 품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목차
기업교육담당자란?
기업교육담당자란 말 그대로 기업 내에서 직원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직무입니다. 작은 중소기업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역량개발을 위한 전문인력을 따로 뽑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많이 하지 않아서 생소할 수 있습니다.
큰 대기업들의 경우에는 돈을 들여서 연수원을 짓고, 한번 뽑은 직원들의 신입사원 교육 경력사원 교육 각종 팀장 및 임원 교육들을 정기적으로 실시합니다. 과거에 대기업으로 입사하면 가장 초반에 볼 수 있는 연수원 직원들 중 대부분이 기업의 기업교육담당자들입니다.
교육담당자 중에서 그나마 가장 괜찮은 대우를 받는 경우는 대기업의 교육부서 소속의 직원입니다. 굉장히 고학력자분들이 많으며, 다른 계열사의 인사팀에서 어느 정도 고성과자 중에서 선발하기도 합니다.
다른 많은 기업교육담당자들은 교육 컨설팅회사 소속입니다. 앞서 살펴본 대기업 교육담당자가 컨설팅 회사에 교육의뢰를 하게 되고 알맞은 교육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설계하고 실행하는 역할을 합니다.
기업교육담당자의 역할과 하는 일
기업교육담당자는 어느 정도 규모의 기업이냐에 따라서, 그리고 교육컨설팅 외주업체냐에 따라서 역할이 정말 많이 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하는 일들은 거의 비슷비슷한데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교육운영
일반적으로 가장 먼저 하게 되는 것은 바로 교육운영입니다. 교육에 필요한 제반사항들을 전부 준비하고 교육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행사가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순간순간 대처합니다. 보통 신입사원부터 연차가 얼마 안 되는 직원들이 교육운영을 많이 하게 됩니다.
2. 교육 설계
프로그램 커리큘럼 짜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교육 목표를 설정하고 해당 목표를 위해서 어떠한 내용들이 들어가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NCS라는 국가 직무능력 표준 체계를 반영했던 게 제가 있었을 때의 트렌드였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3. 제안서 및 교육계획서 작성
어떤 교육을 할지 정했다면 해당 교육을 하기 위해서 결정권자를 설득해야 합니다. 일반적인 대기업의 교육담당자라고 한다면 기업 연수원의 임원들을 설득해서 허가를 받아야 하고 이와 관련된 보고서를 제출하는 게 교육계획서입니다.
만약에 교육컨설팅회사라고 한다면 이를 대기업 및 중견기업의 인사담당자 또는 교육담당자를 설득하는 제안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어떤 교육이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교육이 설계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입니다. 주로 PPT로 많이 작성됩니다.
4. 강사 및 업체 섭외
교육담당자라면 앞서 짰던 교육에 알맞은 강사를 섭외해야 합니다. 단계적으로 가는 게 아니라 사실상 교육 설계 단계부터 강사 풀을 가진 컨설팅 업체와 협의해가며 교육 목표를 설정하고 설계하며 계획서를 작성하게 됩니다. 알맞은 강사를 잘 찾는 것이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을 받는 교육생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일입니다.
5. 직접 강의
종종 직접 강의를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다 전문 강사들에게 맡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간단한 프로그램 몇 개 정도는 할 줄 알게 되며 나중에 돼서는 어떤 전문적인 내용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한 시간 두 시간 정도는 강의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여기에 아주 특출 난 재능을 가지게 되면 아예 전문 강사의 길로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6. 결과 분석
교육을 하고 나면 만족도 조사뿐만 아니라 교육의 성과분석을 해야 합니다. 주로 설문지를 많이 하게 되며 최근에는 앱을 통한 설문을 많이 받습니다. 해당 설문을 통해서 교육에서 어떤 부분들이 잘되었고 또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위에 긍정적인 보고를 위해서 좋은 평가로 평가를 조작하는 경우가 많으며 교육대상에 따라서 충분히 만족했음에도 낮은 점수를 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기업교육담당자의 현실
자 이제 기업교육 담당자의 현실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이고 많은 시간이 흘렀기에 지금은 많이 바뀌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1. 대기업 교육담당자는 사람을 거의 안 뽑는다.
대기업의 교육담당자가 되는 건 정말 어렵습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사실 많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의 영업사원이나 엔지니어는 많이 필요하지만 이들을 교육시키는 교육자는 기업 내에 한두 사람이면 충분합니다.
대기업의 경우에도 교육담당자는 열명 남짓한 경우가 있고 이들 대부분이 교육담당을 신입으로 뽑은 경우보다는 다른 계열사의 인사담당자로서 역할을 잘하다가 스카우트되어서 가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2. 컨설팅 업체들은 열악하다
교육컨설팅 업체들은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대기업의 갑질을 고스란히 받아야 하고, 업무도 편해 보이는 것 같지만 교육을 계획하고 제안서를 작성하는 게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교육을 파는 영업사원이라고 보면 되는데 고도의 전문성도 갖추어야 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한 물건 유통 영업과 많이 다릅니다.
3. 돈이 안된다
결정적으로 제가 기업 교육 담당자를 그만두게 된 이유는 바로 돈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큰돈을 벌 수는 없는 구조입니다. 대기업 교육담당자의 경우에는 돈을 기업에 벌어오는 곳이 아니라 돈을 쓰는 부서이기에 인센티브를 요구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그나마 괜찮은 대기업의 경우에는 연봉 수준이 그래도 괜찮은 편이지만, 중견기업의 교육담당자의 경우 일반적인 사무직 연봉과 같거나 더 낮습니다. 회사의 기술직이나 영업직들이 훨씬 높은 수준의 급여를 받게 됩니다.
연봉의 경우에는 기업에 따라 워낙에 다르겠지만 컨설팅업체로 가게 된다면 초봉은 2500만 원~3200만 원 수준으로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대기업의 경우에는 다른 대기업 1호봉과 동일하게 받으며 호봉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어느 정도 연봉을 인정받은 채로 스카우트되었다면 그나마 상황은 낫습니다. 컨설팅업체의 경우에는 만 3년 이상되면 3000만 원대 수준으로 올라가게 되는데 여기서부터는 얼마나 많은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해냈느냐에 따라서 연봉이 더 오를 수 있습니다. 고객사들의 갑질을 겪다 보면 받는 것에 비해 일하는 것이 너무 많고 그만두고 싶은 욕구가 계속 듭니다.
4. 잘리는 1순위가 교육담당자
기업이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잘리는 곳도 바로 교육담당부서입니다. 회사에 돈을 벌어다 주는 필수적인 부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업 자체가 워낙에 돈을 잘 벌고 탄탄하다고 한다면 큰 걱정이 없겠지만 회사에 구조조정 소리가 나오면 가장 먼저 잘릴 걱정을 해야 하는 곳입니다.
저야 30대 때 그나마 제 발로 나왔지만 나이가 있고 먹여 살릴 처자식이 있는 40대 가장들은 치킨집을 차려야 하나 하는 걱정을 항상 달고 사셨습니다. 저 또한 그런 모습을 오랫동안 옆에서 봐오다 보니 남들이 내 등을 떠밀기도 전에 이 길이 아니야라고 하면서 먼저 뛰쳐나오게 되었습니다.
5. 교육이 정말로 도움이 될까?
내 일에 대한 의심을 하게 된 것이 이런 1회 성적인 교육이 정말 직원들의 직무역량을 높여주고 직업 만족도를 높여줄까?라는 의문입니다. 어쩌다가 한번 하는 이벤트 같은 게 아닐까 싶은 생가도 많이 듭니다. 직원들이 정말 시간을 많이 보내고 배우는 곳은 그들의 실무 현장입니다.
많은 교육들이 그들의 전문적인 실무를 완전하게 반영할 수 없고 그저 뜬구름만 잡다가 좋은 소리 하고 끝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습니다. 물론 교육이라는 것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각자 정말 필요하면 알아서들 공부할 수 있는 시대에 굳이 교육담당자로서 내가 기업에 사회에 기여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했을 때 쉽게 답하지 못했습니다.
결론
너무 부정적으로 이야기한 것 같은데 그래도 좋은 점들이 정말 많습니다. 좋은 교육들을 많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점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도 벌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거기다 더해서 정말 좋은 교육이나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쳤을 때 혹은 내가 강의를 직접 했는데 사람들이 즐거워할 때 얻게 되는 희열이 있습니다. 마치 연극배우가 무대에 올라서 성공적으로 극을 마치고 났을 때 배고파도 연기가 좋아서 하는 게 이런 기분 일까? 싶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함께했던 교육생들이 정말 고마웠다고 감사를 표하거나, 오랜만에 시간이 지나도 나를 잊지 않고 그때 감사했다며 이제는 교육생과 교육담당자가 아닌, 인간대 인간으로서 술 한잔 기울이는 것이 제 인생의 큰 보람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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